'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 기안84가 오랜만에 고정출연하는 예능 외의 프로,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다. 작년 대상을 받아 '어찌 변했으려나' 내심 걱정하며 유퀴즈를 보던 필자의 마음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1. 기안84의 <나 이렇게 산다>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지? 순간 티비를 보던 고개를 갸웃했었다. 하지만 이내 웃음이 지어지는 것을 숨길 수가 없었다. 집 없이 웹툰을 게재하는 N사에서 먹고 자며, 마감일자에 피가 마르는 그의 모습은 그동안 <나 이렇게 산다>라며 영앤리치 혹은 '지자랑'으로 점철된 <나혼자산다>시청자들에게 굉장히 신선했다.
후줄근한 패션, 최소한의 살림도구. 맨 바닥에 앉아 깡소주를 마시고, 커피포트에 라면을 끓이는 엽기적인 기행을 저지르는 그는 누가봐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30대 혼자사는 남자였다.
2. 기안84라는 사람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나혼자산다>에서 '힘듦'을 여과없이 드러내면서도 또 그의 방식으로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였었다. 공황장애와 성인 ADHD로 힘들어하면서도 나태해진 자신을 붙잡겠다고 오이도 해변을 뛰는 그다. 무너지지만 무너지지 않겠다는 그의 모습은 어쩌면 매일 매순간 겪는 우리들의 모습과 상통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를 보며 자전거여행을, 마라톤을 응원하는게 아닐까.
그는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라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나혼자산다>를 보면, 그는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그리고 열심히 살았다. 구멍난 양말, 일회용 수저... 어쩌면 '기행'이라고 일컬어지는 그의 행동들은 그의 속도를, 그의 결을 눈여겨보지 않은 다수가 그저 무관심하게 하지만 가장 쉽게 이해하려는 이기심에서 씌운 프레임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3 . 유퀴즈에서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번에 기안84가 유퀴즈에 나와서 한 이야기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었다. 웹툰작가 시절, 생활비가 없어 고생한 이야기. 기안84로 유명세를 얻게 된 과정... 기안84는 운이 좋았다고 했지만, 돈을 벌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 것 같다고 겸손해 했지만 우리는 안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왔던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가 가진 원동력을 우리 각자도 갖고 있음을. 각자의 망망대해로 나아가기 위해, 지금 눈 앞의 구멍난 양말은 '그럴 수 있지. 괜찮아'라고 위로를 삼고 또 그렇게 걸어나가야 함을.